잠 제대로 못 자고, 밥 제대로 못 먹고 왕복 8km 행군까지 하며 먼 동이 터오는 때에야 집에 돌아왔지만, 후회는 없다.
첫해 가보고 3년만에 다시 가는던데 규모가 매우 커졌다. 그만큼 상업화되었고 비싸졌으며 소프트해졌다는 건 불만이지만, 그래도 사람 바글바글해야 축제의 흥이 나기 마련.
안에서는 버젓이 온갖 음식과 맥주를 무제한으로 팔면서 캔, 병은 반입 제한이란다. 너무 속보이는 장삿속...=_=
무더위+열대야 탓인지 캠핑권 대박. 텐트 구역만 4개에 어림잡아 1000개는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워낙 열대야라 텐트가 없어도 방수 되는 돗자리랑 새벽이슬 막아줄 모포 하나만 있으면 잔디밭에서 노숙해도 괜찮겠더라.
워낙 차가 밀려서 결국 4km 밖에 주차한 채 걸어왔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보다 앞서 도착했다는게 유머;; 내년에는 뭔가 특별 교통대책이 필요할 듯) 좀 늦어서 제임스 이하와 김창완 밴드는 놓치고 검정치마 때 겨우 도착.
엘비스 프레슬리가 아닌 엘비스 코스텔로의 공연. 무려 54년생이니 환갑에 가까운 양반이 35도를 오르내리는 삼복더위에 모자+셔츠+타이+재킷까지 입고 열연하는데 얼굴이 땀으로 뒤범벅... 관객들의 호응도 굉장히 좋았고 노장의 열정이 돋보인 공연이었다.
스테이지 옆에서 예뻐서 한 컷. 메인 스테이지가 가장 넓었음에도 워낙 사람이 꼭 차서 메인스테이지 공연은 옆에서 겨우 얼굴 보거나 먼 발치에서밖에 못 봤다...=_=
다시한번 놀란 텐트군단의 위엄. 아침에 다들 씻을 수나 있을지 걱정스럽더라...;;
나에게는 오늘의 메인 공연. 메인스테이지의 라디오헤드를 기다리며 거기 죽치고 앉은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고 덕분에 그린 스테이지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덕분에 늦게 갔음에도 거의 중앙 앞쪽에서 공연을 지켜보는 행운.
앉으나 서나 인권이형의 포스는 대단했다.
다른 곡들도 모두 좋았지만(특히 앵콜 곡으로 무려 Smoke on the Water를 해주실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역시 최고는 "사노라면".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인데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부르실 때는 정말 가슴이 터져버리는 것 같더라.
현실에 굴하지 않고, 가진 게 없어도 쫄지 않고 가슴을 쫙 펴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락 스피릿이 아닐까?
만약 캠핑왔다면 오전에 슬로프 따라올라가며 산책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헤드라이너 라디오헤드.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 스테이지 근처에도 접근하기 어려웠다;; 먼 발치 옆에서 겨우 지켜봄.
초점이 완전히 나가버렸지만 웬지 몽롱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필받았는지 공연시간을 30분이나 넘기며 2시간이나 공연해준 성의는 정말 고마웠지만, 친숙한 곡 대신 최신곡들만 주구장창 해주더라...=_= 2000년대 이후 단체로 어디 인도에 여행갔다가 약을 한사발 씩 들이킨건지 음악이 굉장히 난해한 사이케델릭 락으로 변화... 모르는 곡인 건 둘째치고 도무지 재미가 없어 견디기 어려웠다. 밴드의 인지도나 음악의 수준을 떠나 취향은 취향인 거다. 이번 라디오헤드는 정말로 내 취향이 아니었다. 같은 시간 레드 스테이지에서는 피터팬 컴플렉스 하고 있었는데 차라리 거길 가볼 걸...ㅠ_ㅠ
결국 40분만에 GG치고 오픈스테이지로 이동. 명색이 락페스티벌에서 헤비메틀밴드가 나오는 스테이지가 하나뿐이란 건 참 분통터지는 일이었지만, 그나마 헤비메틀이 울려퍼지는 유일한 하루가 내가 간 날이었다는 건 참 다행이었다. 국내 하드코어 밴드 나인씬의 무대... 음악도 빡세고 관객들 호응도 제대로 유도하고 정말 놀 줄 아는 밴드였다. 짐을 주렁주렁 달고 온 데다 돌아갈 체력이 걱정되어 스테이지 앞쪽에서 미친듯히 헤드뱅잉하는 대신 뒷쪽에서 구경밖에 못했지만, 정말 여기 와서야 내가 락페스티벌 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Just Slam It !!! 락페스티벌에서 무엇이 더 필요한가!!
마지막으로 들국화 형님들 앞으로도 건강하세요... 인권이 형님은 사고 치지 마시고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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