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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진

2016.01. 서울시립미술관 스탠리 큐브릭 전

휴가 말미를 미술관 투어로 마무리했습니다. 추운 날씨라 두껍게 입고 갔는데 대부분이 실내 + 차량에서 보낸 시간이다보니 오히려 실내에선 더워서 혼났어요...=_=;; 



매표소인데 특색있게 꾸며놓았습니다. 









건물 안팎의 조형물과 포토존. 



스탠리 큐브릭은 영화감독이 되기 전 유명한 사진사였습니다. 당시 유명한 사진잡지 Look에 최연소로 사진을 수록하기도 했고, 유명인들(프랭크 시나트라라든지)의 사진도 많이 찍었죠. 영화 감독 안 됐어도 사진 쪽에서 상당한 족적을 남기지 않았을까 싶어요.









큐브릭이 사용하던 감독의자. 




초기작들의 스틸컷. 제작/감독/시나리오/촬영/편집까지 도맡으며 영화찍는 법을 섭렵. 




아래부터는 그가 사용한 카메라와 렌즈들입니다.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카메라와 렌즈를 사용했고, 새로운 최신기술을 사용하는데 적극적이었다고 하죠. 










아래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사용했던 슬레이트(또는 클래퍼보드)입니다. 윗쪽에 써있는 영화제목만으로도 엄청난 무게감이 느껴지는군요...











스파르타쿠스(1960)에 사용된 의상.



스파르타쿠스 촬영장면. 큐브릭 감독은 시체 역의 엑스트라들에게도 번호표를 들게 하고 번호를 부르며 일일히 연기지도를 했다고 합니다. 







당시 엄청난 논란과 반향을 일으켰던 문제작 롤리타(1962)














냉전과 핵전쟁의 공포를 블랙코미디로 묘사한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









아래는 파이던지기 씬인데 5일에 걸쳐 3,000여 개의 파이를 동원한 장면이지만, 지나치게 분위기를 희화화한다는 지적에 의해 정작 본편 영화에선 빠지게 됩니다.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죠. '아마겟돈'에서 스티브 부세미가 이 장면을 패러디하기도 합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에 사용된 우주복과 백팩. 




두 전설의 만남. 스탠리 큐브릭 감독과 SF 거장 아서 클락입니다. 단순히 아서 클락의 소설을 각색하여 영화화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둘이 공동작업한 뒤 각각 영화와 소설로 내놨죠. 



천체망원경 모형과 UFO 조사를 위해 미 공군에 보냈던 질문지. 



모노리스에 대한 컨셉아트입니다. 이거 외에도 몇 장 더 있었는데 반사가 심해서 건진 건 이것 뿐...=_=;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위한 의상 디자인. 





해밀턴 손목시계 디자인. 





영화의 스틸컷들입니다. 





영화의 컨셉아트 디자인. 








영화에 등장하는 각종 차량 및 우주선. 정말 지금 봐도 미래적이고 무척 현실적인 디자인입니다. 




촬영을 위한 시스템도라는데 봐도 뭔지 전혀 모르겠...=_=; 




오프닝의 유명한 유인원 장면은 사실 탈을 쓴 배우의 연기. 






영화의 유인원 장면은 아프리카 로케가 아니라 아프리카 사진을 배경으로 찍은 거라고 합니다. 뭐 요즘이야 CG로 배경 합성하는 건 일도 아니지만, 특수효과가 부족했던 당시 이를 구현하기 위해 큐브릭은 프론트 프로젝터라는 기술을 적용. 물론 당시에도 뒤에 반투명 스크린을 걸고 뒤에서 배경사진을 투사하는 기법은 있었지만, 큐브릭은 그 해상도에 만족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프론트 프로젝터는 해상도가 높은 대신 배우의 몸에 프로젝터 화면이 비치고, 뒤의 스크린에 배우의 그림자가 남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는데, 큐브릭은 스튜디오의 조명을 한껏 밝게 해 배우 몸에 비치는 화면이 표가 안 나도록 하고 배우와 프로젝터가 언제나 일직선상에 위치하도록 하여 그림자 문제를 해결했다고 합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수상. 




천장에 걸려있던 우주선 모형. 정말 엄청납니다. 



롤리타를 넘어서는 큐브릭 최대의 문제작 시계태엽장치 오렌지(1971)입니다. 그의 모국인 영국에선 90년대까지도 상영금지였죠. 









영화의 논란과 별도로 OST가 대박나서 큐브릭 감독에게 골든 디스크 증정. 






사실 컨셉아트나 조형물 사진이 몇 개 더 있지만 19금이라 >_<;;



큐브릭 감독의 시대극 배리 린든(1975)입니다. 18세기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현하는데 중점을 두었고, 당시 회화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큐브릭은 '18세기엔 전기가 없었다'며 일체의 전기조명 없이 촛불과 자연광으로만 영화를 찍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낮은 광원에서도 촬영이 가능한 새로운 카메라가 개발된 덕에 그의 계획은 실현되었습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각색한 샤이닝(1980). 잭 니콜슨의 악마적 매력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영화. 



영화에서 악몽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장면 중 하나죠. 







재미있는 조형물인데 양쪽의 평범한 거울이 주기적으로 쌍둥이 소녀/죽은 쌍둥이 소녀로 바뀝니다.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가장 현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꼽히는 풀메탈 재킷(1987)





2부의 배경이 되는 배트남의 휴(Hue) 시의 폐허는 영국의 버려진 공장을 배경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따뜻한 베트남을 재현하기 위해 스페인에서 야자수를 가져와 옮겨심었다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2년 만의 복귀작이자 당시 부부였던 탐 크루즈-니콜 키드먼 주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아이즈 와이드 셧(1999)입니다. 큐브릭 감독이 시사회를 앞두고 별세하며 그의 유작이 되고 맙니다. 





아래부터는 스탠리 큐브릭의 미완성작 3편입니다. 



일단 아리안 페이퍼.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한 영화로 주요 배역 캐스팅을 마치고 드레스 리허설까지 들어갔으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역시 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 학살을 소재로 한 '쉰들러 리스트'를 제작 중이며 개봉이 더 빠르다는 소식을 듣고 제작이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큐브릭 감독 필생의 대작이었던 A.I. 큐브릭은 오래전부터 이 영화에 관심을 보여왔으나 당시 이를 영상으로 구현할 기술이 부족하다고 느껴 제작을 미뤄왔다고 합니다. 컨셉 아트 등 철저한 사전준비를 거쳐 아이즈 와이드 셧 이후 촬영에 들어가려 했으나, 스스로도 건강 이상을 느낀건지 돌연 큐브릭은 스필버그에게 맡기고 자신은 제작을 맡겠다는 의사를 피력했고, 아이즈 와이드 셧 개봉 전 타계하며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결국 스필버그가 물려받아 완성시켰죠. 


아래의 컨셉 아트들을 보시면, 스필버그의 A.I.보다 좀 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큐브릭 감독이 5년만 더 건강하게 활동했다면 스필버그의 동화적인 A.I. 대신 훨씬 하드하고 그로테스크한 작품을 만날 수 있었을 거에요. 






마지막은 나폴레옹입니다. 역시 오래전부터 계획한 작품이지만, 제작사 측에서 막대한 제작비에 우려를 표했고 또 당시 전기조명을 쓰지 않겠다는 큐브릭 감독의 고집을 구현할 카메라가 없어 제작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이후 배리 린든을 찍으며 큐브릭 감독 스스로 전기조명 없이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지만, 제작비 설득에는 실패한 듯 결국 미완의 프로젝트로 남게 됩니다. 뒤의 서재에 한 가득 꽂힌 책들은 큐브릭 감독이 나폴레옹에 대해 조사하려 읽은 책들이라고 하네요. 







큐브릭 감독이 즐겨두던 체스 게임판. 



전자식 체스 게임 기계인 '도리스'입니다. 플레이어가 둘 자리를 버튼으로 입력하면, 음성으로 자신이 둘 곳을 안내했다고 하네요. 그래픽 기능은 전혀 없기 때문에 옆에 실제 체스판을 두고 말을 움직여가며 게임해야 했다고...=_= '나이트를 A7로 이동', '괜찮은 수였군요', '체크메이트' 같은 음성 기믹이 있었다고 합니다.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큐브릭 감독을 묘사한 그림들입니다. 



아래부터는 영화 포스터들입니다. 


















굉장히 마음에 드는 전시회였습니다. 사진촬영이 가능하다는 것도 무척 매력적이었고요. 


큐브릭 감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가보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