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락페 하나 갔다와야 제대로 보낸 것 같아요. 올해 지산/안산이 안 열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심과 가깝다는 이점 때문에 좋아하는 락페인 펜타포트 락페에 다녀왔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헤드라이너 공연 중간에 나와 부리나케 터미널로 달려가 막차를 탔던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아예 일찌감치 숙소를 잡아놓고 하루 자고 가기로 결정. 더운 날씨 때문에 일찍 가있으면 죽을 것 같아 1시에 인천 도착했지만 숙소에서 좀 쉬다가 4시 40분 쯤 공연장에 도착했습니다.
올해는 메인 스테이지인 KB 국민카드 스테이지와 서브 스테이지인 코나카드 스테이지, 마이너 스테이지인 인천공항 스테이지 3개가 있었는데, 스테이지 간격도 굉장히 가깝고 또 메인과 서브를 시간이 전혀 안 겹치도록 배치해놔서 앵콜이 없는 경우 한 스테이지 공연을 끝까지 듣고도 다음 스테이지에 시간맞춰 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시간이 아예 안 겹치니 소리간섭도 거의 없었고요. 칭찬해줄만한 점입니다.
첫 무대는 새소년입니다. 온스테이지를 통해 알게 된 밴드인데, 3인조의 단촐한 구성이지만 매력적인 기타의 음색,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중성적인 보컬의 매력이 빛나는 밴드입니다. 앞으로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로고도 기하학적이고 멋져요 :D
베이스 문팬시
드럼 강토
보컬/기타 황소윤입니다.
세션멤버도 참여.
다음은 후바스 탱크입니다. 시티브레이크에 이어 두번째로 보는군요.
기타 댄 에스트린
드럼 크리스 헤세
베이스 제시 찰런드
보컬 더그 롭입니다. 묘하게 취향은 아닌 밴드에요 >_<;;
다음은 밴드 로고 폰트가 멋진 밴드인 서치모스입니다. 락/애시드 재즈/힙합/훵크 등 다양한 영역에 발을 걸친 음악을 하는 밴드입니다.
키보드 타이헤이
디제이 KCEE
기타 타이킹
베이스 HSU
드럼 OK
그리고 보컬 욘세입니다. 제 취향은 아니고 저녁 먹느라 두 곡만 들었네요 >_<;; 팔뚝에 메모한 한글을 읽어가며 소통하려는 모습이 멋졌어요.
다음 무대는 밴드 혁오입니다. 역시 기타 팝/훵크/뉴웨이브를 넘나드는 다양한 음악을 하죠.
밴드의 보컬/기타 오혁
모자쓰고 세곡 정도 하다가 모자를 벗고 익숙한 빡빡머리로...
드럼 이인우. 최근 삭발 해 밴드 내에 빡빡이가 두 명이 됐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웬 군밤장수 모자를 쓰고 나와 확인불가 >_<;;
베이스 임동건
기타 임현제. 상당한 실력자로 명성이 자자하더군요. 재즈 계열을 연주했던 탓인지 어꺠끈을 짧게 해서 높게 맨 기타가 트레이드마크.
7시에도 땀이 줄줄 날만큼 더웠는데 해가 지니 이제 좀 더위도 가시고, 화려한 조명이 켜지며 더욱 분위기가 살아납니다.
다음 공연은 서브 스테이지의 코헤드라이너인 스타세일러입니다.
신보 발매에 발맞춰 참가... 브리티시 기타팝의 선구자 중 하나고, Alcholholic이라든지 음울한 감성이 돋보이는 서정적인 곡들로 사랑받는 밴드죠.
키보드 베리 웨스트헤드
드럼 벤 번
베이스 제임스 스텔폭스
보컬/기타 제임스 월시. 우울한 눈빛과 목소리의 미청년이 어느새 후덕한 아저씨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보컬만큼은 여전히 서정적이고 멋졌어요.
관객들의 호응도 무척 좋았고, 대표곡들에선 싱얼롱도 터져나왔고, 중간중간 관객들에 엄지를 치켜세우거나 매곡 끝날 때마다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를 빼먹지 않은(이 때 제임스 월시의 발음이 너무 한국인스러워서 놀람;;) 멤버들의 무대매너도 무척 좋았습니다. 저는 이번에 펜타포트 온 가장 큰 이유가 헤드라이너인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이라 마지막 곡 앞두고 메인스테이지 앞쪽 자리 선점을 위해 자리를 떴지만, 예정된 시간 외에도 앵콜을 20분 가까이 더 해준 것 같더군요.
그리고 메인 스테이지... 보이시나요? 무대에 가득 쌓인 앰프의 장벽이... 공연 시작 전 청각손상에 대한 경고문과 함께 귀마개를 나눠주더군요;;
무대 뒷면 전체를 거대한 빔프로젝터 스크린으로 활용했습니다.
투어멤버인 키보드/기타 젠 마크로(위키에서 찾아본건데 사진이 없어 맞는지 모르겠네요;;)
보컬/기타 빌린다 붓처
드럼 콜름 오시소그. 생각보다 엄청난 파워드럼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베이스 데비 구지
기타/보컬이자 밴드의 중심인물 케빈 실즈. 20년 동안 혼자 앨범 만든다고 끙끙대느라 고생한 탓인지 왜 이분만 이리 세월의 직격타를...=_=;;
손꼽아 기대렸던 마이 블러드 발렌타인의 공연은... 공연이라기보다 한여름밤의 광란이며 종교집회였습니다.
어떤 면에선 참 형편없는 공연입니다. 화려한 퍼포먼스 따위 없이 신발만 쳐다보며 공연한다고 붙은 별명인 '슈게이징 락'의 창시자 아니랄까봐 관객들과의 소통은 거의 전무했고(후반에 케빈 실즈가 관객들에게 땡큐 해줄 때 오히려 놀랐습니다;;), 스팟라이트를 전혀 사용하지않아 멤버들은 거의 어둠 속에서 연주하다시피 했습니다.(특히 케빈 실즈 쪽으론 한번도 조명이 안 가더군요;;) 귀마개를 안 끼면 귀청이 찢어질듯한, 이게 멜로디인지 소음인지 구분되지 않는 소리가 한시긴 내내 이어지고, 보컬은 거의 파묻혀 잘 들리지 않고, 공연 막판에는 단 하나의 리프를 15분 동안 연주했어요.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정말 형언할 수 없을만큼의 느낌이 벅차오르는 강렬한 공연이었습니다. 수십개의 앰프가 뿜어내는, 귀가 아니라 온몸으로 들어야 했던 그 강렬한 울림, 잔뜩 뭉개진 소음 속에 흐르는 반복적이고 서정적인 멜로디, 스팟라이트 아래 자신을 드러내는 대신 무대를 영상에 맡긴 채, 악기를 후려갈기며(이들의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후려갈긴다는 표현밖에 생각나지 않아요;; 곱상한 이미지와 달리 상상 외로 파워풀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 멤버들의 모습... 정말 압도되는 느낌이었어요. 하나의 리프를 15분 동안 끝없이 후려갈기다가 마침내 클라이막스로 넘어가며 공연을 마무리한 뒤엔 앵콜 요청을 하고픈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정말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며 깔끔하게 마무리한 느낌이라 앵콜 요청 따위는 불필요한 사족처럼 느껴졌어요. 개인적으론 정말 좋았습니다.
나이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은 공연 끝난 뒤 집에 돌아가거나 숙소에서 편하게 쉴 수 있는 도심 공연이 좋아요. 멀리 지산까지 가서 노숙이나 다름없는 야영 끝에 새벽녘 돌아왔던 경험은 다시 겪고 싶지 않거든요 >_<;; 이런 면에서 펜타포트가 참 좋아요 :D 게다가 다른 락페에 비해 헤드라이너 시작시간이 빠른 편이라, 수도권에선 헤드라이너 마무리까지 보고도 지하철로 귀가할 수 있을 정도...
내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쭉 이어졌으면 좋겠네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 & 즐거운 하루 되세요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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