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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니메이션

아마존 프라임 '내일의 전쟁'(The Tomorrow War)

 

아마존 프라임 1주일 무료체험 신청해서 폴아웃 드라마 재미있게 보고 골랐던 작품입니다. 재밌게 봤건 '레고 배트맨 무비'의 감독 스티브 맥케이, 좋아하는 배우 중 하나인 크리스 프랫 주연이라 기대했는데... 똥망입니다. 저는 멍청한 스토리의 영화를 싫어해요. 멍청한 SF 영화는 더 싫어하고요. 그리고 이 영화는 이딴 시나리오에 누가 돈을 들인거지 싶은 멍청한 SF 영화입니다. 거의 '문 폴' 수준... 저야 이미 시간을 날렸지만, 혹시나 이 영화를 봐야 할까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몇 자 남깁니다. 

 

1. 고작 이딴 놈들에 미래 인류가 멸망 위기라고? 

 

'미래의 전쟁'은 2051년 '화이트 스파이크'라는 외계인의 침략으로 멸망 직전에 몰린 인류가 최후의 기술력을 짜내 점프 터널이라고 불리는 시간 터널을 만들고, 과거의 인류에게 도움을 요청해 2021년의 주인공이 미래로 파병되는 이야기입니다. 지금보다 기술이 발전했을 미래의 인류를 멸망 직전(전세계 인구가 50만 명 수준)까지 몰아넣은 외계인이라면 엄청나게 강력해야 좀 납득이 갈텐데... 일단 영화는 여기에서 대실패입니다. 

 

화이트 스파이크에겐 우주 전함도, 중화기도, 항공전력도 없습니다. 끽해야 영화판 스타쉽 트루퍼스에 등장하는 아라크니드 워리어,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히드라리스크 수준이에요. 영화판 아라크니드에겐 우주 전함도 때려잡는 화력의 플라즈마 버그나 10m가 넘는 파이어 버그 같은 대형 개체라도 있지만 화이트 스파이크는 그런 것도 없습니다. 피지컬은 나름 준수해서 험비를 들이받아 뒤집고, 5.56mm 소통 따위로는 이빨도 안 박히는 수준이긴 하지만, 50구경 기관총이나 폭탄에는 순식간에 찢겨나갑니다.  무기도 튼튼한 발톱과 사정거리 50m 수준의 명중률 절망적인 독침 쏘는 게 전부고요.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지만, 장담하건데 이놈들 1억 마리가 몰려와도 기계화사단 하나와 폭격기 편대 하나 동원하면 순식간에 전부 육편으로 만들 수 있어요. 이놈들 1000마리가 달려들어도 탱크에 기스 하나 못 낼 테고요. ...근데 겨우 이딴 놈들에게 미래 인류가 멸망 위기라뇨? 차라리 핵전쟁이든 뭐든 터져서 이미 반쯤 멸망하고 제대로 반격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이놈들까지 몰려들어 전멸 위기라면 좀 납득하겠는데, 그런 언급도 없습니다. 미래의 인류는 등신들만 있나봐요. 

 

2. 중화기 어디다 팔아먹었니? 

 

1에서 까긴 했지만, 화이트 스파이크가 일반 보병 상대로는 꽤 위협적이긴 합니다. 무장 차량을 뒤집어버리고 인간 따위는 순식간에 찢어버릴 만큼 힘도 세고, 엄청나게 빠르고, 5.56mm 따위로는 탄창이 비도록 연사해도 이도 안 박힐만큼 외피도 튼튼하죠. 근데 저격소총(끽해야 7.62mm나 .338 수준)으론 단발인데도 유효타가 들어가고, .50 기관포에는 순식간에 찢깁니다. 즉 보병 화기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놈들인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보병들은 효과도 없는 5.56mm 소총이나 9mm 권총만 죽어라 쏘다가 찢겨나갑니다. 소구경 탄환으로 효과가 전무한데 연사력을 희생하더라도 대구경 쓰는 게 상식 아닌가요? 분대마다 유탄발사기 하나 씩만 지급했어도 이따위 몰살은 안 당했을 겁니다. 미래의 인류는 등신들만 있나봐요. 그리고 현대인들도 시간 터널 통과할 때 뇌가 표백되나 봅니다. 

 

시간터널에 기계장비는 보낼 수 없다는 설정도 딱히 아닌 것 같은데 총 다뤄본 적도 없는 민간인 징집해서 미래로 보내 고기방패로 쓰는 대신 탱크 몇 대 보내줬으면 1차 파병 때 전쟁 이미 끝났을 듯. 

 

3. 독약 왜 만들었니? 

 

멸망 위기에 놓은 미래 인류는 최후의 수단으로 화이트 스파이크를 죽일 수 있는 생물학 무기 개발에 매진했습니다. 그런데 수컷에겐 효과가 있지만, 암컷은 기이할만큼 회복력이 좋아 그것도 통하지 않아요. 결국 주인공의 활약으로 암컷을 생포하고 연구해서 암컷도 죽일 수 있는 독을 드디어 개발했습니다. 만세! 니네도 등신은 아니구나. ...근데 화이트 스파이크의 99%가 수컷이고 인류는 멸망 직전인데 수컷에게만 통해도 당장 한 고비 넘기는 거 아닌가요? 수컷 죽일 수 있는 독은 이미 개발했는데 왜 안 쓰고 암컷까지 죽일 수 있는 완벽한 독을 개발할 때까지 기다린 거죠...? 일단 수컷부터 죽인 다음에 암컷도 죽이면 되잖아...=_=;;

 

어쨌든 넘어가고, 독은 개발했지만 미래의 인류는 이걸 대량생산할 수 있는 장비도 능력도 없기 때문에 샘플을 현재로 보내 생산하기로 합니다. 이걸 이제 대량생산해서 살포하기만 하면 전쟁 끝! ...인데 살포하는 방식이 아니었네요. 무려 하나 하나 직접 주사해야 합니다. 주사하기 위해선 화이트 스파이크에 완전히 근접해야 하고, 그 정도 가까운 거리라면 사실 총알이나 도끼를 박아넣어도 죽일 수 있습니다. 굳이 접근해서 주사하는 것보다 그냥 총으로 쏴죽이는 게 더 쉽고 빠를  것 같은데...? 이딴 거 연구할 시간과 자원으로 50구경 중기관총 하나 더 만드는 게 낫지 않았을까...? 생화학 무기의 최대 장점은 대량 살포 & 광범위 살상 아니었니...? 

 

최근 본 영화 중 손꼽을만큼 멍청한 영화였어요. 평점은 5점 만점에 0.5입니다. 차라리 샤크 토네이도 같은 영화는 마음껏 비웃으며 낄낄거릴 수 있는 쌈마이함이라도 있죠. 이건 멍청한 주제에 진지한 척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