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 Joe 2편을 봤습니다. 사실 1편도 그리 재미있진 않았지만 어쨌든 어릴 때 몇 개나마 G.I. 죠 장난감을 모으고 명절날 아침 해주던 만화도 챙겨본 입장에서 왠지 봐야 할 것 같다는 희미한 의무감을 느껴서...
스토리는 의외로 나쁘지 않습니다. 좋다는 건 아니지만 그나마 1편보다는 좀 낫습니다.(하긴 1편은 인물 + 설정 설명하느라 런닝타임 대부분 까먹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은 블록버스터다운 볼거리+완구선전으로 채우다보니 사실 이야기라 할만한 것 자체가 없었죠;;) 액션 신도 나름 괜찮은 편이고, 절벽에서 와이어에 매달린 채 칼싸움 장면 등 인상적인 장면도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게 G.I. Joe의 2편이란 겁니다.
G.I. Joe 1편은 그래도 블록버스터다운 영화였습니다. 내용은 부실할망정 스케일이 크고 볼거리가 화려했죠. 그런데 2편에선 스토리가 10% 쯤 좋아진 대신 스케일이 -90%로 대폭 하향...=_=;; 1편과 비교하면 거의 TV용 영화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가장 용서가 안 되는 건, 1편의 등장인물들이 거의 모두 잘렸다는 겁니다. 저는 2편이 나왔을 때 당연히 1편의 인물들은 모두 나오고, 새 인물들이 추가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완구에서든 애니에서든 G.I. Joe는 결코 죽지 않고 오직 계속 추가될 뿐이라는 원칙이 지켜져왔고요.(나중에는 완구만 400여 개에 2m 짜리 항공모함도 있음;;)...그런데 아닙니다. 1편의 인물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2편에서 싹 물갈이되었죠. 호크 장군도, 립코드도, 스칼렛도 안 나오고 코브라 진영에서는 배로니스와 데스트로가 안 나옵니다. 배로니스야 지금 병원에 있으니 안 나오는게 당연하다지만, 데스트로는 기껏 1편 막판에 나노마이트로 부하 만들어놓고 교도소 탈출 때 버려놓고 가는 황당함;; 그리고 G.I. Joe 팀은 설마 초반 작전에 나왔다 전멸한 1개 중대 규모가 전부인가요?;;
1편의 주인공이었던 듀크(채닝 테이텀)가 나오긴 합니다.(출연하기 싫었지만 의리 땜에 어쩔 수 없이 나왔다는 삘;;) ...근데 영화 시작 20분 후 죽어요. 물론 차량 폭발에 휩쓸린 거고 시체는 안 나왔으니 나중에 '실은 안 죽었지롱!' 하고 되살아날 떡밥은 뿌려놨습니다만, 애인도 아직 못 구한 1편 주인공 강퇴라니 파이널 디씨즌에서 시걸 형님 이후 오랜만에 느끼는 황당함;; 코브라 진영에서는 스톰 쉐도우(이병헌)가 1편에 이어 출현하지만, 1편의 모습이 더 나았다고 생각해요. 1편에선 비교적 짧은 출연분량에도 굉장히 임팩트 있고 코브라의 중요 간부라는 느낌을 팍팍 줬는데 2편에선 출연시간은 늘었으되 비중은 되려 떨어진 듯한...=_= 게다가 막판 코브라와 등돌리고 G.I Joe에 합류하지도 않은 애매한 상태에서 끝난지라 3편에서 어떻게 나올지 궁금합니다.(아니, 3편이 나오기나 하려나 궁금합니다;;) 그딴 식으로 나가놓고는 코브라에 돌아오는 것도 웃기고, G.I. Joe에 합류하는 건 더 웃기고요;; 듀크의 빈자리를 꿰어찬 건 로드블럭(드웨인 존슨 aka '더 락')입니다. ...네, 주연배우부터 격이 많이 낮아졌군요. 물론 1편 당시 채닝 테이텀도 그리 탑 스타는 아니었고, 드웨인 존슨도 역대 프로레슬러 중 가장 스크린에서 성공한 인물이라지만, 그래도 블록버스터 영화 주연급은 아니죠. 출연진에 좀 이름있는 배우로는 브루스 윌리스가 눈에 띄지만 거의 카메오 급입니다.
영화의 액션은 나쁘진 않습니다. 다만 문제는 G.I. Joe에 기대하던 액션이 전혀 아니라는 거죠. 온갖 첨단무기 & 미래 장비들이 출동해 뿅뿅거리는 게 G.I. Joe 스타일인데, 2편의 액션은 소규모 특공대가 현용 총기류로 싸우는 델타 포스에요. 1편의 파워수트나 위엄 넘치던 초대형 잠수함은 어디다 팔아먹고는, 기관총이나 50구경 따위로 깨작대고 있으니 한숨 나옵니다. 제우스의 발사장면이나 런던 파괴 장면은 돈 들인 티가 좀 납니다만 딱 그 장면 뿐입니다. '내용은 비었지만 돈만은 아낌없이 들이부어주마'란 느낌이 강했던 1편과는 비교 자체가 미안하게 느껴질 정도... 1편에 비해 스네이크 아이즈 & 스톰 쉐도우의 검투 분량이 좀 더 늘었습니다만, 이역시 첨단무기 CG로 만드는 것보다 검투 씬이 저렴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듭니다;;
여러모로 별로입니다. 그냥 독립된 한 편의 액션영화로 본다면 B+ 정도는 줄 수 있겠지만, G.I. Joe의 후속편이란 걸 고려하면 실격입니다. 특히 1편 말미 '코브라 커맨더 & 데스트로를 체포했지만 사실은 백악관이 가짜 대통령에게 넘어갔지롱!'이라며 꽤나 거하게 밑밥을 깔았고 2편에선 이제 캐릭터 설명 생략하고 제대로 한판 놀아보겠구나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2편은 볼거리도 없었던데다가 밑밥까지 착실하게 회수...ㅠ_ㅠ 이럴거면 차라리 외전 형식으로 가고 밑밥이라도 남겨둘 것이지...
유일하게 좋았던 건 코브라군단에 새로 추가된 파이어플라이(레이 스티븐슨)였습니다. 퍼니셔 2 : 워존의 무자비한 캐릭터가 기억에 남는데, 의외로 깐죽대는 껄렁이 캐릭터도 잘 어울리는군요. ...근데 2편에서 얄짤없이 사망해 3편이 나오더라도 출현 가능성 없음. 야이 자식들아, G.I. Joe는 아군이든 적군이든 네임드는 절대 안 죽고 계속 늘어나는 게 미덕이라니까!-ㅁ-! 죽으면 완구를 못 팔아먹잖아!
코브라 커맨더가 무사히 탈출했으니 그나마 3편의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1,2편에 출연했던 코브라 군단 간부들도 다 퇴장하고 대통령 바꿔치기도 무력화된 상황이라 재기하려면 시간 깨나 걸릴 듯 합니다. ...뭐 이것도 3편이 나오기나 한다는 가정 하에 하는 걱정이지만요. 팔아먹을만큼 팔아먹은 G.I. Joe 완구를 영화버전으로 리붓해 다시 팔겠다는 하스브로의 원대한 야망이 담긴 시리즈였다고 들었는데, 2편 돌아가는 것 보니까 이미 하스브로는 영화를 포기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그리 좋지 못한데 스폰서마저 발을 뺀다면 시리즈의 앞날이 어둡군요. 써먹을 캐릭터야 무궁무진하니 나름 여름 블록버스터 시리즈로 안착하길 바랬는데 아쉽습니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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