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게임을 모티브로 한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다. 이 영화는 발랄하다 못해 가볍고 때론 유치하며 시종일관 정신나간 분위기를 보여준다. 그럼 어떤가? 이것이야말로 이 영화의 매력인데 >_</
원작 자체가 작가의 겜덕후 기질 및 고전 게임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고 있는만큼, 영화 역시 8비트 게임기 시절 도트로 이루어진 영화사 로고와 친숙한 midi 음악으로 시작한다. 겜보이로 갤러그와 슈퍼마리오를 즐겼던 세대라면,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웃음이 픽 터질지도 모른다.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다못해 유치하게까지 느껴진다. 여자친구에게 실연당한 채 캐나다 토론토에서 Sex Bomb-omb라는 무명밴드의 베이시스트로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스캇은 니브 차우라는 중국인(!) 여고생(!!)과 만나기 시작한다. 겜덕후의 정을 나누며 니브는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스캇에게 빠져들지만 정작 스캇은 신비로운 분위기의 라모나에게 반해버린다. 니브와 헤어지지 못한 채 둘 사이에서 위태로운 양다리를 걸치던 스캇... 설상가상으로 스캇은 밴드 공연 중 괴상한 녀석의 공격을 받고, 라모나가 말하길 자신과 사귀기 위해서는 그녀의 "사악한 일곱명의 전 애인들"을 모두 싸워 이겨야 한다고 한다...=_=;; 갑자기 스토리가 히말라야로 가는 것 같지만 괘념치 말기 바란다. 이 영화는 진지한 작품이 아니라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영화이며, 그 원작 코믹스는 고전게임에 대한 오마주와 애정으로 점철된 녀석이다. 영화에서 둘이 싸울 때 머리 위로 VS가 뜨고 이겼을 때 코인으로 포인트가 올라간다면 말 다 한 것 아닌가? 당신이 슈퍼 마리오를 플레이할 때 도대체 왜 공주는 허구헌 날 잡히는 거냐고 묻지 않듯, 이 영화에서 왜 갑자기 싸우는 거냐고 묻지 말길 바란다 ^^;; 그냥 원래 그런 거다.
그럼 이 영화는 스트리트 파이터 더 무비같은 졸작과 하등 다를 게 없는 쓰레기 영화 아니냐고? 결단코 그건 아니다. 대부분의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영화가 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애초에 영화 시나리오가 결코 될 수 없는 게임의 단순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진지한 척 하기 때문이다. 게임계에서조차 스토리 막장으로 손꼽히는 게 격투게임인데(다음 시리즈에 또 출연하려면 아무리 악당이라도 안 죽고 살아남아야 하고 또 매편 새 등장인물도 추가되야 하니 시리즈가 쌓일수록 스토리가 붕괴되는 게 당연지사) 그 허술하고 막장스러운 스토리를 진지한 척 포장하려니 배우들이 아무리 진지해도 관객 입장에선 더욱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게임을 모티브로 하여 산으로 가는 스토리를 굳이 진지하게 포장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허술함을 키치함과 B급센스로 승화시키며 산을 넘어 안드로메다까지 날려버리는 굉장함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가볍고 유치하다. 하지만 동시에 엄청나게 유쾌하다. 당신이 이 영화 속에 깔린 B급코드와 게임에 대한 패러디들을 읽을 수 있다면, 시종일관 킬킬대다 포복절도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신이 게임에 대해 문외한이라 해도, 이 영화 내내 흐르는 경쾌한 락(스토리가 산으로 갈지언정 스캇은 기본적으로 밴드 베이시스트다)과 발랄한 유머는 여전히 사랑스러울 것이다. 과열된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그냥 스무살 시절로 돌아가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고 싶을 때 정말 잘 어울리는 영화이다. 그리고 당신이 게임덕후라면, 이 영화는 훗날 인생의 명작 순위에 오를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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